[사설1] 선거판에 나타난 현직 장관, ‘정치 중립’ 팽개쳤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유세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있어서는 안 될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직 장관이 특정 지역 시장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을 찾아 상기된 표정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확인된 것이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행정부의 핵심 국무위원이 대놓고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60조는 공무원의 선거운동 참여를 엄격히 금지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즉각 "명백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장관 측은 ‘단순한 격려 방문’이라거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사적 행보’라며 발뺌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행정 전반을 다루고 막대한 예산과 정책 권한을 쥔 장관의 행보에 ‘사사로운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설령 법망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들어 사법적 처벌을 피한다 한들, 이번 사태가 선거 공정성에 끼친 해악(害惡)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장관이 특정 후보 곁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유권자들에게는 "이 후보가 당선돼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예산 폭탄이 내려올 것"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시그널’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관권(官權) 선거의 유령을 소환해 선거판의 공정한 룰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과거 우리 정치는 공직자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왔다. 정권의 명운을 흔들었던 수많은 선거 개입 스캔들이 이를 증명한다. 선관위와 검찰은 이번 ‘장관 유세 현장 포착’ 사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히 엄정 조사해야 한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법과 원칙을 무너뜨린 공직자에게는 단호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정부 역시 공직기강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진 배경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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