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석 기고] 탈석탄은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과 노동을 버려서는 안 된다![]()
탈석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지역과 노동자를 버려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30년 17.5%, 2038년에는 10.3%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미 2025년 말 태안화력 1·2호기 폐쇄가 예정되어 있고, 이를 기점으로 탈석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추상적인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 폐쇄 이후 보령시 인구가 10만 명 선 아래로 붕괴되는 과정을 우리는 현장에서 직접 목도했다.
에너지 전환이 ‘환경적으로 옳은 선택’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지역 사회가 감내해야 할 현실의 무게를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지 이후에도 전력 공백은 없다고 말한다. 폐지 규모에 맞춰 LNG 발전과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양수발전 등 다양한 전원을 조합하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일 전원에 의존하지 않는 ‘다원적 전원 믹스’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정작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비켜 가고 있다.
우리 전력 구조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가운데 무엇을 핵심 전원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결단 없이, 모든 전원을 ‘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나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1차 정책 토론회」에서도 이 지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력 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고려할 때 원전이 탄소중립의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과, 경직적인 원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섰다.
논쟁은 치열했지만, 국가 차원의 명확한 방향 제시는 여전히 유보된 상태다.
반면 주요 국가들의 선택은 분명하다. 프랑스는 전력의 약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며, 탈탄소 정책 속에서도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명확히 설정했다.
독일은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이라는 방향을 흔들림 없이 선택했다.
영국 역시 석탄 퇴출과 동시에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구분해 병행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각국의 선택은 다르지만, 방향만큼은 명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탈석탄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탄소중립 정책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특정 산업과, 탄소집약적 시설이 밀집된 특정 지역 특히 충남과 보령이 과도한 피해를 감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백번 양보해 석탄화력이 기후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 동의하더라도, 그 결과로 발전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탈석탄 정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항상 현장의 노동자와 지역경제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국가와 국민 모두가 감내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산업 전환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유지되어야 하고,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재교육과 전환 프로그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직과 경제적 단절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한 공적 지원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충남과 보령 지역사회가 에너지 전환의 부작용으로 쇠퇴해 가서는 안 된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선언이 아닌 실질적 지원 정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계층이나 산업, 지역에 고통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하는 정의로운 전환만이 지속 가능하다.
이제는 지역 현장의 산업 속에서 기후 위기를 막아낼 대안을 찾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적 문제를 촘촘하게 해결해야 한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 지금 이곳, 보령과 충남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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