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의 벼랑 끝 보령, '착한 시장'은 구세주인가 방관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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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의 벼랑 끝 보령, '착한 시장'은 구세주인가 방관자인가?

서준수 기자 기사 등록: 2025.12.1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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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을 넘어선 '정치적 야수성'의 필요조건에 대한 심층 해부


도덕군자(君子)의 허상과 10만 붕괴의 사이렌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역사는 오랫동안 '청백리(청렴결백한 관리)'의 신화를 쫓아왔다. 주민들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인자하고, 부정부패가 없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인물을 시장으로 선출하면 지역이 평온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25년, 충남 보령시가 처한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이러한 '도덕 지상주의'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닌, 도시의 생존을 위협하는 안일함이 되었다.


인구 10만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된 도시,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화력발전소가 국가의 탄소중립 칼날 아래 강제 폐쇄되는 도시, 그리고 4살 배기 아이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두는 도시. 이곳 보령에서 시장자격은 더 이상 '얼마나 착한가'에 달려있지 않다. '얼마나 유능하며, 얼마나 집요하고, 얼마나 정치적으로 교활한가'가 9만 9천여 시민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대천광장신문의 시각으로 보령시의 2025년 예산 확보성과, 의료 시스템 붕괴의 비극, 웅천산단 기업유치 실패 사례, 그리고 인구 소멸 위기를 정밀 타격하여, 왜 현대의 시장 자격이 도덕과 윤리를 넘어선 '냉혹한 유능함'과 '정치적 리더십'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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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의 공포: 무너진 10만 마지노선과 '탈(脫) 보령'의 가속화

심리적 저지선의 붕괴, 그 이후


보령시에게 '인구 10만'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市)로서의 자존심이자, 자규모를 갖추었다는 최소한의 증명서였다. 


그러나 이 마지노선은 이미 2021년 1월, 99,964명을 기록하며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1995년 보령군과 대천시가 통합하여 출범할 당시 12만 4,775명이었던 인구는 30여 년 만에 20% 이상 증발했다. 이는 단순한 자연 감소가 아니라, 지역의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구조적 탈출 러시(Rush)다.


최근 5년간 보령시의 인구는 4,525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매년 하나의 작은 읍면동이 지도상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과 같다. 충남 전체가 수도권 집중화로 신음하고 있지만, 보령의 하락세는 유독 가파르다. 당진이나 아산이 기업 유치를 통해 인구를 방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령은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국비 160억 원을 따내는 처지가 되었다. 뼈아픈 역설이다.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받아 돈을 받아오는 행위는, 리더십의 승리가 아니라 도시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음을 알리는 비명소리와 같다.


'눈물겨운 인구 정책'의 실패와 리더십의 부재


보령시는 그동안 전입 축하금, 출산 장려금 등 이른바 '눈물겨운 인구 증가 시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왜인가? 시장이 도덕적으로 호소하고, 공무원들이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서 떠나는 청년의 발길을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구문제는 '도덕'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한 '경제'와 '인프라'의 영역이다.



당진시(22%)나 아산시와 달리 보령은 부여(42%), 서천(43%)과 같은 초고령 농촌 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인구 10만 회복'이라는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이미 닥쳐온 축소 사회에 맞춰 도시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산업적 대안'을 내놓았어야 함을 시사한다. 도덕적인 시장은 "고향을 지키자"고 호소하지만, 유능한 시장은 기업을 유치해 "가지 말라"는 말 대신 월급봉투를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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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심장마비, 석탄의 종말과 에너지 전환의 딜레마

20조 원의 경제 증발, 보령화력의 그림자


보령시 리더십의 가장 큰 시험대는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의 조기 폐쇄와 향후 이어질 5·6호기의 단계적 폐쇄다. 이는 보령 경제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충남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충남 지역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약 19조 6,910억 원, 부가가치 감소액은 약 7조 9,850억 원에 달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자리 감소다. 약 7,701명의 취업 유발 인원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천 명의 실직자와 그 가족들은 시장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내일 출근할 대체 일자리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 하더라도, 지역의 리더란 중앙정부의 멱살을 잡고서라도 "우리가 국가 전력을 위해 희생한 대가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정치적 투쟁력을 갖춰야 한다. '탈석탄'이라는 국가적 아젠다에 순응만 하는 '착한 행정가'는 지역을 말려 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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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플랜트라는 도박, 그리고 규제의 덫

김동일 보령시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SK E&S와 손잡고 1조 3천억 원 규모의 '블루수소 플랜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3월 착공, 2027년 준공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보령의 유일한 동아줄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환경단체들은 청정수소 인증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고 있고 , 착공 시기는 유동적이다. 여기서 시장의 '자격'이 판가름 난다.


"무능한 시장", "환경단체의 반대와 중앙정부의 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시민들에게 핑계를 댄다.


유능한 정치적 리더, 중앙 부처 장관실을 점거하다시피 하여 규제 샌드박스를 얻어내고, 기업(SK) 최고위층과 담판을 지어 투자 이행 확약을 받아낸다.


2025년 예산에서 '수소터빈 시험연구센터 구축'에 209억 원, 'CCU 메가프로젝트'에 100억 원을 확보한 것 은 긍정적인 신호이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1조 원 대의 민간 투자가 실제로 집행되게 만드는 힘, 그것은 행정적 절차의 준수가 아니라 정치적 해결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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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전쟁의 최전, 5,351억 원의 성과와 '세일즈 행정'의 본질

역대 최대 국비 확보의 이면


2025년 보령시가 확보한 정부예산 5,351억 원은 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5년 연속 5천억 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분명 현 집행부의 성과다. 내용을 뜯어보면, 단순한 도로 포장 예산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예산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래 산업 | 수소터빈 시험연구센터 구축 | 209억 원 | '탈석탄' 이후 대체 산업 생태계 조성의 핵심]


[탄소 중립 | CCU 메가프로젝트 | 100억 원 | 탄소 포집 기술 실증, 화력발전 지역의 이점 활용 |

| SOC | 장항선 개량 2단계 및 복선전철 | 2,029억 원 | 수도권 접근성 개선을 통한 관광객 유입 통로 확보]


[해양 관광 | 정치성 구획어업 낚시어선 감척 | 120억 원 | 어족 자원 보호 및 레저 중심 어업으로의 재편]


[기관 유치 | 보령 경찰수련원 신축 | 1억 원 | 체류형 관광 인구(경찰 공무원) 유입을 위한 마중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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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발품인가, 정치력의 산물인가?

이러한 예산은 가만히 앉아서 서류를 보낸다고 내려오는 돈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연초부터 공무원들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수차례 방문해 행정력을 집중했다"고 전한다. 이것이 바로 '세일즈 행정'이다.


대한민국의 예산 시스템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보령이 가져오면 타 지자체는 잃는다. 이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장동혁 의원 등)과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도지사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기재부 사무관 앞에서 읍소와 협박을 오가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도덕군자형 시장은 "규정에 맞게 신청했으니 주겠지"라고 기다리다 예산을 삭감당한다. 반면 정치적 리더는 "우리 지역 다 죽게 생겼으니 예산 안 주면 드러눕겠다"는 배짱으로 덤벼든다. 5,351억 원이라는 숫자는 보령시장이 최소한 여의도 문법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긴 하나, 20조 원의 경제 피해를 메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더 독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다.


행정의 두 얼굴, 웅천산단 보조금 스캔들과 신뢰의 추락

"그 기준이 바뀌어서..." 기업을 울린 행정 사기극


도덕성 논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도덕적인 행태는 '무능한 행정'에서 비롯된다. 보령시는 웅천일반산업단지 분양 과정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토지 매입비의 30%를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믿고 서울의 건어물 가공 수출업체 A사는 9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공장이 준공되자 보령시의 태도는 돌변했다. 지원 기준을 "기존 공장 면적의 5배 이내"로 멋대로 변경 적용하여, 당초 약속한 보조금의 3분의 1토막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녹취록에 담긴 담당 공무원의 변명은 가관이다.

[ "그건 저희도 참... 네."]

[ "답변드리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공권력을 이용한 '기망 행위'이자, 기업 입장에서는 '분양 사기'와 다를 바 없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지자체의 신뢰도(Reliability)다. 시장이 아무리 청렴하다고 주장한들, 그 휘하의 행정 조직이 기업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어떤 기업이 보령에 오겠는가?


1,129명 조직 관리의 실패

보령시에는 1,129명의 공무원이 근무한다. 시장은 이 거대 조직의 인사권자이자 총사령관이다. 웅천산단 사태는 시장이 조직 장악력을 상실했거나, 투자 유치 현장의 디테일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도덕적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 "친절하라"고 훈시하지만, '유능한 리더'는 부하 직원이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인사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묻고 시스템을 뜯어고친다. 웅천산단 사태는 보령시 행정이 '아마추어리즘'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이며, 이는 기업 유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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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시스템의 붕괴: 4살 아이의 죽음과 '응급실 뺑뺑이'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시민의 생명 보호다. 그러나 최근 보령에서는 4살 아이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다. 해당 의사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 무죄를,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에 대해 유죄(선고유예) 판결을 받는 등 법적 공방이 이어졌지만 , 본질은 법리적 판단에 있지 않다.


보령시를 포함한 충남 서남부권(보령, 서천, 부여, 청양)에 소아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구조적 살인'이 본질이다.


의료 격차, 이것은 정치의 문제다

충남의 의료자원은 천안과 아산 등 북부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령아산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승격되고 , 충남도와 협약하여 닥터헬기 등을 운용한다고는 하나, 야간에 아이가 아프면 1시간 이상 떨어진 천안이나 대전으로 달려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정신응급 상황 역시 공주나 보령의 1개 병원을 제외하면 입원할 곳이 없어 경찰과 보호자가 발을 동동 구른다.

시민들은 묻는다. 시장은 무엇을 했는가?


민간 병원이 수익성을 이유로 소아과와 응급실 운영을 기피한다면, 시장은 시 예산을 쏟아부어서라도 공공의료를 확충했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의사에게 서울 강남 수준의 연봉과 주거를 제공해서라도 데려오는 파격, 인근 지자체와 연합하여 '광역 응급 센터'를 공동 운영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했다.


도덕적인 시장이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동안, 유능한 정치적 리더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의사 정원 배정 안 해주면 시청 문 닫겠다"고 시위라도 했어야 했다. 아이의 죽음은 보령시 리더십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라는 공공재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뼈아픈 증거다.


2025년 보령, '도덕적 성인'이 아닌 '정치적 승부사'를 원한다

시장의 자격 재정의: Capability Over Morality


우리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시장 자격은 도덕과 윤리만으로 충분한가?"

보령시의 현실—인구 10만 붕괴,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경제 쇼크, 기업을 속이는 아마추어 행정, 아이를 살리지 못하는 의료 공백—을 목도할 때, 그 대답은 명백하다. 아니오, 절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보령시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전통적인 '도덕 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세일즈맨의 비굴함과 집요함: 1조 원 대의 수소 플랜트와 5천억 원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중앙 부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때로는 자존심을 버리고 예산을 구걸할 수 있는 리더.


*CEO의 냉철함: 1,129명의 공무원 조직이 기업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정 사고'를 치지 않도록,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고 조직의 기강을 잡을 수 있는 관리자적 역량.


*정치적 승부사의 배짱: 소멸 위기 지역에 대한 과감한 특례 조치를 이끌어내고,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재정 투입을 감행할 수 있는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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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물론 도덕성은 공직자의 기본 자질이다. 부패한 리더는 도시를 약탈할 뿐이다. 그러나 '무능한 도덕성'은 도시를 서서히 안락사시킨다. 보령시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 산소호흡기를 떼려는 중앙 정부의 에너지 정책, 혈액(인구)이 빠져나가는 인구 절벽, 심장(응급의료)이 멈추는 위기 상황이다.


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령시민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좋은 사람'을 뽑는 투표가 아니라, '내 재산과 생명을 지켜줄 독한 대리인'을 뽑는 투표를 해야 한다. 대천광장신문의 시각으로 본 보령의 미래는, 시장이 얼마나 '착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유능하게 싸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세보령(萬世保寧)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도덕교과서가 아닌 경영 전략서를 손에 쥔 '정치적 CEO'가 절실하다.


[자료 출처 및 근거]

 * 예산 및 국비 확보: 

 * 인구 및 소멸 위기: 

 * 보령화력 폐쇄 및 경제 영향:

 * 수소 플랜트 및 기업 유치: 

 * 의료 시스템 및 응급실 사건: 

 * 공무원 현황:

 * 리더십 이론: 


취재: 서준수 기자    기사입력 : 25-12-1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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