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안 유류유출사고 15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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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터져 나온 원유는 서해안을 뒤덮었고, 어민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의 충돌로 12,547㎘에 달하는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었을 때, 태안은 그야말로 절망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참사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기름범벅 바다를 다시 살려냈다.
공동체의 연대와 헌신은 태안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이 과정은 한국 현대사의 드문 기록으로 남았다.
사고 이후 유류피해민들은 단순한 보상금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10년 넘게 집회와 투쟁을 이어가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중공업으로부터 3천억 원의 지역발전기금을 이끌어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주민 연대의 결실이자, 기업 책임을 끝까지 추궁한 사례다.
물론 이 기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7개 피해지역이 함께하는 “서해안연합회”가 출범했고, 현재 986억 원이 발전기금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추진의 투명성과 효과성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사업이 늦춰지기도 했고, 주민 체감도 또한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발전기금과 별도로 집행된 200억 원 공헌사업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령에 지어진 임대수익형 건물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장기적인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장치다.
피해민들이 일시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회복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태안 유류유출사고 15년.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바다를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고, 재난은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며, 피해자의 삶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공동체적 회복 속에서 지켜져야 한다.
재난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참사를 단순한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고, 오늘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다.
태안이 남긴 기록은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dsn827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