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수도권 뼛속까지 대줄 뼛감인가"… 서천 주민들 "호남~수도권 송전선로 백지화하라"![]()
[현장] 충남 서천 '호남~수도권 초고압 송전선로 반대' 기자회견 "지방서 뽑아낸 전기, 수도권 AI·반도체 산단으로 내뿜어" 주민 동의 없는 일방 통행에 반발… 20일 청와대·서울 상경 투쟁 예고
"지방이 수도권 발전을 위해 언제까지 사람 빼앗기고, 땅 빼앗기고, 전기까지 쥐어짜여 들러리를 서야 합니까."
11일 충남 서천군청 인근. 뙤약볕이 내리쬐는 땡볕 아래 모인 서천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50여 명의 얼굴엔 울분이 가득했다. 이들이 손에 쥔 피켓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 '서천 경과 초고압 송전선로 즉각 백지화'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수도권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충남 지역의 반발 기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세만금~신서산, 군산~북천안 등을 잇는 이 신규 초고압 송전선로는 호남과 충남 해안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로 보내기 위한 대형 수송관이다. 문제는 이 대형 송전탑 줄기가 충남 15개 시·군 중 무려 14곳을 거쳐 간다는 점이다. 특히 서천은 동쪽과 서쪽, 중앙을 관통하는 3개 노선이 무더기로 지나가는 '전략적 경과지'로 찍혔다.
이날 '서천 미세먼지·고압 송전선로 피해 대책위'와 '충남 대책위'가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는 주민 동의 없는 국책 사업 밀어붙이기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황성열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상임위원장은 "서천 홍원마을은 이미 옥상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 지중화를 요구해 온 지 10년이 넘었다"며 "기존 피해는 눈 딱 감고 외면하면서 서천 동·서·중앙을 모두 집어삼키는 신규 노선을 내겠다는 것은 6만 서천군민과 충남도민을 완벽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을 도보 순례하며 상경 투쟁 중인 안재훈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 전국행동' 집행위원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해남에서 출발해 서천까지 올라오는 동안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며 "전기도, 물도 부족한 수도권 용인에 국가산단을 집어넣어 놓고, 정작 전기는 지방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해 억지로 쑤셔 넣는 방식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해외 사례를 들며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지역에서 소비)' 원칙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미국이나 일본이 도쿄·수도권이 아닌 아이다호나 구마모토 산악 지대에 공장을 세우듯,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첨단 산업 단지 자체가 전력이 풍부한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용혁 서천군 농민회장은 "일제강점기에는 물자를 뜯기고, 해방 후에는 청년과 전력을 서울로 빼앗겨 온 지방이 이제는 초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 지도에 제멋대로 선을 긋듯 서천 땅에 송전선로 줄을 그어놓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지역 시·군 대책위는 서천 지역 범군민 대책위 구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오는 20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대규모 집중 집회를 열고 수도권 집중화 정책과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이찰우기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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