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마스크 없인 문밖 출입도 못 해"... 보령 석탄재 비산에 '눈물' 짓는 주민들
[대천광장신문] 충남 보령시 주교면의 한 마을.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마스크를 턱 끝까지 올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회색 가루가 부유하고, 창틀과 장독대 위에는 닦아내도 금세 다시 쌓이는 검은 먼지가 가득했다. 주민 고모 씨는 "이제는 마스크 없이는 문밖 출입조차 무섭다"며 "우리가 숨 쉬는 게 공기인지 석탄재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국중부발전(주) 보령발전본부가 운영하는 남부회처리장에서 석탄재 반출 작업이 시작된 이후, 인근 주민들이 비산먼지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보령시 주교면 고은송 환경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국민권익위원회와 환경부 등에 보령발전본부의 석탄재 반출 중단과 환경오염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위원회 측은 "보령발전본부가 매립된 석탄재를 반출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비산먼지 저감 조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대규모 성토 및 집토 과정에서는 살수차 운영, 밀폐 시설 가동, 방진망 설치 등 엄격한 환경 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장에서는 건조된 상태의 석탄재가 그대로 노출되어 바람이 불 때마다 마을 전역을 덮치고 있다"며 "사실상 환경 관리가 전무한 난개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더욱 주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인허가 및 감독 권한을 가진 보령시의 태도다. 보령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령발전본부의 비산먼지 억제 조치는 현재까지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발전소 운영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피해 발생은 예상된다"는 모순된 답변을 내놓았다.
행정 당국이 '법적 절차'라는 방패 뒤에 숨어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먼지가 마을을 덮치고 건강을 위협하는데 행정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밀 실태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주교면 일대 주민들은 일상적인 외출은 물론 세탁물을 밖에서 말리는 것조차 포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석탄재 분진이 장기간 호흡기로 유입될 경우 만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행정의 무관심 속에 보령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회색빛 먼지로 뒤덮여가고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보령발전본부와 정부 당국의 투명한 실태 공개와 즉각적인 저감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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