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⑤] 보령시 같은 현수막, 다른 가격…세금으로 만든 홍보물 누가 감시하나![]()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하는 현수막과 각종 홍보물의 가격 구조를 추적해 온 본지 탐사보도 결과, ‘지자체 발주’라는 이유만으로 민간 시장 가격과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수의계약 중심의 발주 구조, 반복적으로 집행되는 홍보 예산, 그리고 단가 검증의 부족이다.
현수막은 행정 홍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홍보 수단이다. 정책 안내, 행사 홍보, 안전 캠페인, 공지 사항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연중 지속적으로 제작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작이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예산 집행이라는 점이다.
현수막 한 장의 가격 차이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이 연간 수백 건, 많게는 수천 건씩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가 차이가 누적될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시민의 세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지자체 현수막에는 특별한 장치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금테라도 두르는 것인가.”
시민 A씨는 “같은 현수막인데 지자체 발주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세금으로 제작하는 물품이라면 오히려 더 철저하게 가격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 역시 “본인 돈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예산이 느슨하게 집행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시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수막 제작 업계에서도 지자체 발주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지자체 건이라는 말을 들으면 업체들이 대략적인 단가를 바로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 시장처럼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 D씨 역시 “일부 지자체 발주 건은 사실상 고정 단가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지자체 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업체들이 고민 없이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모든 지자체 계약이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정 절차 대응, 납품 일정, 디자인 수정 등 공공 발주 특성상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공공 계약의 기본 원칙은 투명성과 효율성이다. 특히 현수막처럼 제작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시장 가격이 명확한 품목의 경우 단가 관리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공공 홍보물 제작과 관련해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동일 규격 홍보물에 대한 표준 단가 기준 마련이다.
둘째, 소액 계약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가격 비교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셋째,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홍보물 제작에 대한 예산 공개와 관리 시스템 강화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한 현수막 제작비 문제가 아니다.
세금이 사용되는 공공 계약이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누가 감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행정의 신뢰는 작은 예산 집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상식적인 가격과 행정기관이 지불하는 가격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는 책임 역시 행정에 있다.
같은 현수막, 같은 규격, 같은 재질.
그럼에도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시민들의 몫이 아니라 행정이 답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홍보물. 그 가격을 감시하는 일 역시 결국 시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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