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개 감축사업 “존재는 인정, 목록은 미공개”…외부 검증 불가
- 온실가스 감축 실적 “환경부 시스템 입력 중”…그러나 시민은 확인 불가
- 시민 감시 장치 없는 ‘행정 자율통제 시스템’
- “목표는 크지만, 정보공개는 작다”
보령시가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발표한 주요 성과 중 하나인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사업"이 표면적 목표와 달리 핵심 정보 비공개, 세부 계획 부재, 공공검증 차단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지난 6월 말 보령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사업의 구체적 자료를 요청했고, 이에 대한 공식 회신을 분석했다.
“2030년까지 320만 톤 감축” 목표만 있고, 연차별 로드맵은 없다.
보령시는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320만 톤을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정작 연도별 세부 목표와 감축 로드맵에 대해선 자료가 존재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시의 공식 회신에 따르면, 해당 감축 계획은 2024년 환경부가 주관한 공모사업 제안서에 포함된 내용이며, 현재는 한국수자원공사를 사업자로 하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인 단계다.
이에 따라 시는 관련 자료의 대외 제공을 거부하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를 인용해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분석: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중인 사항'에 대한 비공개 사유를 규정하지만, 이 조항은 반드시 공익상 필요와 비교형량을 통해 적용돼야 한다.
이미 환경부에 제출된 공모 제안서라면 기본적 개요 및 사업 목록 정도는 공개 가능하다는 것이 다수 행정정보공개 판례의 해석이다.
시가 제안한 27개 탄소감축 사업에는 “청정블루수소 플랜트 조성”, “공공주도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업명, 위치, 예산, 감축량 등은 모두 비공개다.
보령시 측은 “기본계획 수립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 역시 ‘업무 공정성 훼손’을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제안서는 이미 중앙정부 공모에 제출된 문서이며, 사업 구조가 일정 부분 공개된 상황이므로 지역주민과 언론이 세부 내용을 검증할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령시는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 지자체로서, 매년 감축 실적을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관리시스템(NGMS)”에 입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은 공무원용 폐쇄망이며, 일반 시민은 감축 실적이나 근거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
또한, 보령시는 2022~2024년 감축 실적을 “별도 파일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정보공개 청구자 개인에게 수동 제공되는 구조로, 시민 누구나 열람 가능한 적극적 공시 시스템은 미비한 상황이다.
NGMS는 http://ngms.gir.go.kr 주소를 가지고 있으나, 일반 국민은 열람 권한이 없으며 공공기관 인증서가 있어야 접근 가능하다.
이는 감축 실적의 공공 검증을 원천 차단하는 구조이다.
현재 보령시 탄소중립 정책은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외부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항목 | 공개 여부 | 검증 가능성 | 문제점 |
연도별 감축 로드맵 | 미공개 | 없음 | 세부 목표·예산 연계 미흡 |
27개 감축사업 목록 | 미공개 | 없음 | 공공자금 사용 구조 검증 불가 |
감축 실적 | 폐쇄망 관리 | 청구자 개인 제공 | 투명성 미흡 |
이로 인해 정량적 목표는 존재하되, 그 실현 경로와 실행 여부는 행정 내부에서만 통제되는 구조다.
이는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지역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시민사회·언론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령시가 ‘탄소중립 선도도시’로서 전국적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목표에 걸맞은 투명성, 계획의 구체성, 시민과의 공유 구조는 여전히 미흡하다.
환경부 공모제안서라는 명분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일견 타당할 수 있으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공공사업에 있어 기본적인 개요와 감축사업의 뼈대 정도는 공개돼야 마땅하다.
또한, NGMS와 같은 폐쇄적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실적 관리 구조는 결국 행정 편의 중심의 운영 방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