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는 알고 있는가. 에너지재단의 성패는 설립이 아니라 ‘인사’에서 갈린다는 것을...― 보령 에너지재단 논란이 던지는 구조적 경고
- 누적된 인사 불신, 새 재단에 드리운 그림자
- 에너지재단은 ‘자리’가 아니라 ‘권한’을 가진 조직, 비교 사례가 보여주는 인사의 무게
보령시가 추진 중인 ‘보령 에너지재단’ 설립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재단 설립 그 자체가 아니다.
시민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오히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 재단을 이끌 것인가, 즉 인사의 문제다.
에너지재단은 단순한 행사·홍보 조직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기획, 발전사업 구조 설계, 수익 배분, 주민 환원, 법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고난도 공공기관이다.
이 때문에 재단의 대표, 특히 이사장 인사는 재단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보령 지역사회에 깔린 우려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과거 웅천산단 기업 유치 과정에서 보령시는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부당이익반환 소송에서 패소했고, 항소마저 물거품이 되면서 지연이자까지 시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웅천산단 관련 재판은 2026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한 행정의 모습은 책임 있는 성찰보다 인사 이동과 영전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후 산하 재단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단수 지원, 재공모, 내부 임직원 참여, 사전 정보 유출 의혹 등 반복적인 논란이 이어지며 “결과가 이미 정해진 인사”라는 불신이 누적돼 왔다.
이 같은 경험은 이번 에너지재단 설립 논의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재단이 필요하냐’가 아니라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에너지재단은 이름과 달리 상징적 기관이 아니다. 발전사업 구조 결정, 민관합작(SPC) 설계, 수익 배분 기준 설정 등 실질적 사업 결정권을 갖는다.
대표의 판단 하나가 수백억 원 규모의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법적 분쟁과 행정 책임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행정 경험만으로도, 민간 사업 경험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복합 분야다.
에너지 정책 이해, 전기사업법과 환경 관련 법제, 발전사업 수익 구조, 주민 수용성과 갈등 관리, 중앙정부·한전·민간 사업자 협의가 동시에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없는 인사가 대표를 맡을 경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안군의 신안신재생에너지재단 사례는 이런 맥락에서 자주 언급된다. 신안신재생에너지재단은 설립 당시 녹색에너지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에너지 정책·연구·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연구에서 정책, 현장, 재단 운영으로 이어지는 이력 구조는 재단의 성격과 역할에 부합하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례는 특정 인물을 평가하기보다, 왜 에너지재단 대표는 전문가여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비교 기준으로 읽힌다.
대표의 전문성은 곧 재단의 대외 신뢰도와 직결되고, 이는 국비 확보, 중앙부처 협의, 공기업·민간과의 협업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만약 보령 에너지재단이 과거와 다르지 않은 인사 관행 속에서 출범한다면, 문제는 단순한 인사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출범과 동시에 ‘보은 인사’, ‘퇴직 관료 자리 제공’이라는 프레임이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재단의 모든 사업 결정에는 의혹이 따라붙고, 감사·언론·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재단은 정책 성과를 내기도 전에 신뢰를 잃고, 행정과 시민 사이의 갈등만 증폭시키는 ‘식물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는 재단 실패 이전에 신뢰 실패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공직자 퇴직자를 위한 보은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다.
공개 모집, 객관적 심사, 이해충돌 검증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김 시장 임기가 6월 말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인사의 공정성이 실제로 담보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에너지재단은 노후 대책이 아니다.”
에너지재단은 주민 수익 공유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공기관이지, 누군가의 노후 대책이나 인사 적체 해소 창구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보령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번에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설명으로 넘어간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행정을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재단 인사는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공개·검증·배제의 원칙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에너지재단 설립의 성패는 조직도나 예산이 아니라, 대표 인사에서 이미 결정된다.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재단은 출범과 동시에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지금 보령시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공정성, 전문성과 신뢰가 뒷 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에너지재단은 출범”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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