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면 5천만원” 여권 사진 올리고 가족 협박…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논란
충남 보령 수산업체서 ‘이탈보증금 강요’ 파문
폭언·흉기 위협 견디다 못해 일터 이탈
통역인은 SNS에 여권 무단 유포하며 보복
시민단체 “인신매매 범죄… 수사·처벌 촉구”
경찰 수사 착수… 보령시 “사실관계 확인 중”
충남 보령의 한 어업 사업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여권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단 공개되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업장 측이 ‘이탈 시 5,000만 원 지급’을 명시한 비인권적 계약서를 강요하고,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폭언에 흉기 위협까지”… 이탈하자 여권 SNS 유포 보복
21일 법조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보령시 소재 수산업체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A씨는 최근 일터를 이탈했다. 한국인 관리자의 상습적인 폭언과 음주 후 흉기 위협, 그리고 사업장 측의 강압적인 계약 요구를 견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지난 6월부터 이주민 인권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
문제는 A씨가 사업장을 벗어난 이후 벌어졌다. 현장 통역인 B씨 등은 A씨의 여권 사진과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페이스북 등 SNS에 무단으로 유포했다. A씨의 행방을 쫓고 다른 근로자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목적의 '신상 공개' 보복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역인 측은 A씨 가족에게도 추방과 벌금 등을 언급하며 협박성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볼모 삼은 ‘5,000만 원 보증서’… “현대판 인신매매”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근로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가족까지 볼모로 잡는 ‘이탈보증금 계약서’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장 측은 근로자들에게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가족 보증 계약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가족보증계약서는 근로자의 자유를 박탈하고 경제적으로 통제·착취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는 인신매매방지법상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경찰 수사 착수… 지자체 대응은 미온적
경찰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여권 사진 무단 유포 및 폭언·협박, 불법 계약서 강요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인 보령시와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위법 사실을 전달받았음에도 고소나 수사 의뢰 등 적극적인 행정·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보령시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자체와 사업주를 향한 책임론이 확대될 전망이다.
-뉴스스토리 이찰우기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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