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죽음 앞에 행정은 변명 없다”… ‘어린이 안전’에 민선 9기 명운 건 보령시
엄승용 시장, 취임 첫날 1호 결재로 ‘어린이 안전 조례’ 전격 착수
한 달 전 서윤 양 비극 언급하며 “안전 없는 도시는 미래 말할 자격 없다” 일갈
부서별 파편화된 업무 ‘예방 중심 시스템’으로 일원화… ‘보령발 개혁’ 전국 확산 기대

[보령=대천광장신문] 민선 9기 엄승용 보령시장이 취임 첫날 선택한 ‘1호 결재’는 대규모 개발사업도,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아니었다. 그것은 거창한 구호 대신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지자체의 통렬한 반성이자 준엄한 약속이었다.

보령시는 엄승용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보령시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을 1호 서명 과제로 택하며, 예방 중심의 안전행정을 민선 9기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선언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어린이 교통사고를 계기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책에서 벗어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 “어린이 죽음 앞에 행정은 변명할 수 없다”
엄 시장이 첫 결재 선상에 ‘안전’을 올린 배경에는 불과 한 달 전 보령의 한 생활도로에서 발생한 가슴 아픈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를 지나던 어린 서윤 양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엄 시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서윤 양의 이름을 언급하며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그는 “어린이의 죽음 앞에서 행정은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은 도시는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일성으로 던진 이 엄중한 경고는 곧바로 조례 제정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됐다.
이번 조례안의 핵심은 ‘종합성과 예방’이다. 그동안 교통과, 건축과, 재난안전과 등 여러 부서로 파편화되어 있던 어린이 안전 관련 업무를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조례에는 ▲어린이 안전관리 시행계획 수립 및 정밀 실태조사 ▲생활환경 및 보호시설의 대대적 개선 ▲체계적인 안전 교육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이 촘촘하게 담길 예정이다.
◇ 거창한 개발보다 ‘시민의 일상’ 선택한 보령시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안전사고의 상당수는 원거리 간선도로가 아닌, 아이들의 일상 공간인 집 앞 골목길과 생활도로에서 발생한다. 지자체의 밀착형 사전 관리와 환경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보령 주민들은 “사고가 터진 뒤 공무원들이 몰려와 대책을 마련하는 구태에 신물이 났었다”며 “아이들이 혼자 골목길을 다녀도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진짜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딸 서윤 양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이어져 피눈물이 난다”며 “보령에서 시작된 이 조례가 밀알이 되어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어디에서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엄승용 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안전은 특정 부서의 칸막이 행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 전체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절대적 책무”라며 “안전은 사고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고의 징후를 미리 찾아내 막아서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도와 현장을 동시에 뜯어고쳐 ‘안전도시 보령’의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행정 전문가들은 보령시의 이번 행보를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심층 분석에 따르면, 단체장의 ‘첫 결재’는 향후 4년간 펼칠 시정 철학의 압축판이다. 엄 시장이 어린이 안전을 공표한 것은 민선 9기 보령시정이 화려한 토목이나 개발 사업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한 일상’을 최상위 가치에 두겠다는 선언이며, 이는 타 지자체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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