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낙하산 인사의 민낯과 보령의 선택![]()
- 에너지재단은 ‘관료 포획’의 통로가 될 것인가, 시민 주권의 실험장이 될 것인가
- 견제 없는 권력, 닫힌 지역 행정, ‘전문성’이라는 가장 오래된 변명
- 에너지 민주주의 없이는 미래도 없다
보령시 에너지재단 논란은 특정 사업 하나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이는 한국 지방 행정 전반에 뿌리내린 낙하산 인사, 보은 행정, 관료 중심주의가 응축된 상징적 사례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정권을 막론하고 반복돼 왔다.
‘전문성’을 내세운 퇴직 고위 관료 재취업은 전관예우와 일감 몰아주기의 통로가 되었고, 공공기관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문제는 기초자치단체인 보령시가 이 구조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데 있다.
기초의회는 학연·지연·정당으로 얽혀 집행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지역 언론은 시청의 광고 집행권 앞에서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한다.
이 구조 속에서 집행부는 조직을 키우고, 산하기관을 늘리고, 자리를 나눠주는 행정을 반복해도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보령시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를 늘리고, 에너지재단이라는 또 하나의 조직을 신설하려는 배경에는 바로 이 견제의 실종이 있다.
보령시는 에너지재단에 “수소·풍력 전문가”를 앉히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행정에서 ‘전문성’은 너무 자주 퇴직 관료를 앉히기 위한 가장 오래된 변명으로 사용돼 왔다.
특허청 산하기관, 각종 공기업에서 이미 그 폐해는 수없이 확인됐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교육 역시 시민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이는 역량 강화가 아니라 퇴직 후 재단행을 위한 사전 포장으로 읽힌다.
신뢰가 없는 곳에서는 정책도,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보령시 에너지재단이 진정으로 시민의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이 아니라 제도적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첫째, 임원 선임에서 시청 출신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거나 최소 3년 이상의 엄격한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
둘째, 의회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
셋째, 성과 연동 계약과 독립 회계 감사 결과의 전면 공개, 시민 참여형 감사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넷째, 재단은 사업을 독점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기업과 시민이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이동이다.
관료에게 집중된 권력이 시민에게 이전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청정 에너지’도 민주적이지 않다.
재단이 수조 원대 사업의 관리자 위에 군림하는 순간, 에너지 전환은 또 하나의 이권 산업으로 전락한다.
보령시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 관료 조직을 지키기 위해 도시를 희생할 것인가,
▲ 아니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민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 지방 자치는 관료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의 혈세는 관료의 안락한 제2 인생이 아니라, 소멸 위기에 놓인 도시의 생존을 위해 쓰여야 한다.
보령시 에너지재단은 ‘관료 공화국’의 확장이 아니라, 시민 주권 회복의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령의 에너지 전환은 미래가 아니라 도시 소멸을 앞당기는 마지막 불쏘시개로 기록될 것이다.
dsn.green1238@gmail.com
